디지털 유산 관리

디지털 유산,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another-world-one 2025. 4. 25. 20:54

디지털 유산,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1. 디지털 유산의 법적 사각지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정의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법률적인 정의나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대한민국 민법상 유산은 사망자가 남긴 재산 일체를 뜻하며, 이는 원칙적으로 상속 대상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디지털 자산’이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개별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인의 이메일, SNS 계정, 클라우드 저장소에 저장된 문서와 사진,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와 같은 콘텐츠 자산은 어떤 범주에 속할까? 이러한 자산은 기술적으로는 ‘정보’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우도 많고, 고인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정서적 자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전용 법률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부분 서비스 약관과 민법 해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사각지대 때문에, 사망 후 유족이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거나 상속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증빙 절차와 플랫폼별 개별 대응이 필요하며, 종종 거절되거나 지연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의 법체계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이며,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 디지털 자산은 상속 대상인가? 민법 해석과 실제 판례

 

우리나라 민법 제1005조에 따르면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시작되며,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되지 아니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디지털 자산도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상속 대상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계정의 소유권’**과 **‘콘텐츠의 접근 권한’**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인이 남긴 Gmail이나 iCloud 계정은 플랫폼 약관상 ‘해당 사용자에게만 귀속’된 것으로 간주되며, 그 외 제3자 접근은 엄격히 제한된다. 즉, 유족이 사망자의 계정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도 무단 로그인은 정보통신망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으며, 기업은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유족 요청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일부 판례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상속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나 NFT와같이 명백한 자산 가치를 가진 경우, 법원은 이를 상속 대상으로 판단하고 접근 권한을 부여한 사례가 존재한다. 또한 콘텐츠형 자산(예: 유튜브 수익, 저작권 등록된 글이나 영상 등)에 대해서도 상속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이 다수 존재한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자산은 명확한 법 조항은 없지만, 민법상 포괄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자산 유형에 따라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3. 각 플랫폼의 정책과 실제 상속 절차: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비교

 

디지털 유산 상속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플랫폼 정책’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자체 약관을 통해 계정 소유권과 사후 처리 방침을 정해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족이 디지털 자산을 직접 상속받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의 요청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

1. 구글(Google):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생전 설정한 대상자만 접근 권한을 받을 수 있으며, 사망 이후 별도 요청 절차는 제한적이다. 법적 서류를 통한 접근 요청은 일반적으로 거부된다.
2. 애플(Apple): 2021년부터 ‘디지털 유산 연락처’ 기능을 제공. 생전 설정한 사람만 사망 확인 후 접근이 가능하며, 사망 증명서 및 접근 키가 필요하다. 사망 후 설정이 없으면 접근 불가.
3. 페이스북(Facebook):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고, 생전 지정된 후견인 또는 유족 요청에 따라 진행된다.
4. 카카오/네이버: 국내 플랫폼은 여전히 계정 자체에 대한 상속보다는 ‘삭제 요청’에 무게를 둔다. 사망 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계정 복구보다는 해지가 우선이다.

 

이처럼 플랫폼에 따라 상속 가능 범위, 절차, 필요 서류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플랫폼별 대응 전략과 사전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법적으로 상속이 가능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할 수 있다.

 

4. 디지털 유산 보호를 위한 사전 대비책: 유언장과 자산 정리 노하우

 

현행법 제도만으로는 디지털 유산을 온전히 보호받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이 생전부터 스스로 대비해야만 디지털 자산이 안전하게 이전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수적이다:

1. 디지털 유산 포함 유언장 작성: 고인의 자산에 디지털 계정, 콘텐츠, 암호화폐 등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시한 유언장을 남기는 것이 가장 강력한 법적 보호 수단이다. 공증을 받을 경우 법원에서도 효력을 인정받기 쉽다.
2. 자산 목록화와 접근 안내 문서 작성: 이메일, 클라우드, SNS, 금융 관련 계정, 로그인 방법 등을 엑셀 또는 노션 등으로 정리해 두고, 암호화된 USB 등에 백업하는 방식이 좋다.
3. 신뢰할 수 있는 관리자 지정: 가족 또는 친구 중에서 디지털 자산 관리자 역할을 맡을 사람을 정해두고, 일부 정보나 힌트를 공유해 둘 것.
주요 플랫폼의 사후 기능 설정: 구글, 애플 등은 사후 접근 기능을 제공하므로 반드시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4. 정기적인 자산 점검 습관화: 디지털 자산은 늘어나고 변화하므로, 연 1~2회 정도 ‘디지털 정리의 날’을 정해 가족이 함께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준비가 잘 이루어진다면, 사망 후 유족은 혼란 없이 계정을 정리하거나 소중한 자료를 보존할 수 있으며, 법적 분쟁이나 해킹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하나의 법적 유산으로 인식하고, 지금부터 실천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