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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

디지털 유산 분쟁 실제 사례와 우리가 배워야 할 점

by another-world-one 2025. 5. 4.

디지털 유산이 남긴 것은 돈이 아니라 분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자산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사망 이후 이를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블로그 수익, 암호화폐, 온라인 게임 아이템,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지만 경제적·정서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자산이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사망을 맞이한다. 결국 남겨진 가족은 계정 접근 문제, 소유권 인정 문제, 법적 기준 부족 문제로 인해 깊은 갈등에 빠진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벌어진 디지털 유산 분쟁 사례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로부터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디지털 유산 분쟁 실제 사례와 우리가 배워야 할 점

 

1. 암호화폐 지갑을 두고 벌어진 형제간 소송

첫 번째 사례는 암호화폐를 보유한 남성 A 씨의 유산을 둘러싼 분쟁이다. A 씨는 2021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약 5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스마트폰의 전자지갑 앱에 보관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고, 복구 키 또한 어디에도 기록해 두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자 남겨진 형제들은 그의 스마트폰과 계정을 정리하며 지갑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아무도 해당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키를 알지 못했다.

 

특히 A 씨가 사용하던 지갑은 2FA(2단계 인증)와 보안 생체인증이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 법적으로 계정을 넘겨받는 것도 불가능했다. 형제 중 한 명은 “고인의 생전 의사로 보아 이 자산은 자신에게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다른 형제들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법원은 “실제 접근이 불가능하고 명확한 소유권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상속 대상에서 제외된다”라고 판단하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례는 디지털 자산이 기술적으로 존재해도 법적·실질적 접근이 어렵다면 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접근 정보 미제공은 상속 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암호화폐처럼 실물 없이 존재하는 자산은 반드시 생전에 문서화 또는 상속 계획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2. 유튜브 채널을 두고 벌어진 가족 간 저작권 다툼

두 번째 사례는 50대 주부 B 씨가 생전에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다. B 씨는 요리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튜브 채널을 6년간 운영하며 3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월평균 약 150만 원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어 별세하면서 이 채널의 수익과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는 B 씨가 채널을 본인 명의의 구글 계정으로 단독 운영했기 때문에 사망 후 해당 계정에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남편과 자녀들은 모두 이 채널을 상속받고 싶어 했고 영상 편집을 도와온 자녀는 “해당 콘텐츠의 공동 제작자”라며 채널 소유권을 주장했다. 반면 남편은 B 씨의 법적 배우자로서 유산을 승계해야 한다고 맞섰고 결국 구글에 접근 권한 요청을 했지만 디지털 유언장이나 Inactive Account 설정이 없었기에 구글은 접근을 거절했다.

 

이 채널은 수익 창출이 중단되었고 계정은 비활성 상태로 전환되었다. 이후 가족 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으며 고인의 노력으로 쌓인 콘텐츠 유산은 누구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았다.

 

이 사례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과 관리권이 사망 이후 어떻게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사망자의 명확한 지시나 플랫폼 설정 없이는 가족이라도 관리 권한을 넘겨받지 못한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려면 생전에 채널 운영자 명의의 계정 설정, 상속 대상 지정, 공동 관리자 추가, 또는 수익 분배 구조 정리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예방만이 분쟁을 막는다

위 사례들은 디지털 자산이 물리적 자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소유권 문제와 접근성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가 이로부터 배워야 할 핵심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1. 디지털 자산의 존재를 가족에게 알리고 목록화하라 : 생전 자산 목록(계정명, 플랫폼, 가치, 저장 위치)을 정리해야 한다.
  2. 접근 정보(비밀번호, 복구 키, 인증 수단)를 안전하게 전달할 방법을 마련하라 : 유언장 본문에 직접 기재하지 말고, 별도 문서에 보관한 뒤 접근 방법만 유언장에 남기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3. 플랫폼별 상속 정책을 사전에 확인하고 활용하라 : 페이스북(추모 계정), 구글(Inactive Account Manager), 애플(디지털 유산 연락처) 등의 설정은 분쟁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다.
  4. 디지털 유언장을 준비하고 공증 또는 법률 검토를 받아라 : 명확한 상속 의사를 담은 문서는 분쟁 발생 시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5. 가족 간 사전 협의를 통해 분배 기준을 미리 정하라 : 수익이 계속 발생하는 자산의 경우, 관리 권한과 수익 분배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합의가 중요하다.

디지털 유산은 그 특성상 단 한 사람의 계정 안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으며 접근 제한이 철저하기 때문에 한 번 분쟁이 발생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의 준비가 가장 강력한 분쟁 방지책이 된다.

 

디지털 자산은 이제 선택이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은 법적·기술적 보호 장치가 없으면 쉽게 분쟁의 씨앗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실제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생전에 정리하지 않은 디지털 자산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유산’이 아닌 ‘분쟁’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디지털 자산 목록을 만들고, 접근 정보를 정리하며, 유언장에 반영하는 과정이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의 준비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평온한 미래를 물려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