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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

AI가 나를 대신해 말한다? 사후 메시지 서비스 탐구

by another-world-one 2025. 5. 30.

AI가 나를 대신해 말한다? 사후 메시지 서비스 탐구

AI의 범용성이 넓어진 요즘, AI가 전달하는 사후 메시지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자.

1. 사후 메시지 서비스란 무엇인가 : 디지털 시대의 유언 전달 방식

사후 메시지 서비스는 사용자가 생전에 작성한 글이나 음성, 영상을 사망 이후에 가족, 친구, 혹은 지정된 수신자에게 전달해 주는 디지털 서비스다. 이는 기존의 유언장이 법적 재산 분배에 초점을 맞춘 문서였다면, 사후 메시지 서비스는 감정적 연결과 개인적인 의사 표현에 더 중점을 둔 기술적 도구다.

이 서비스는 클라우드 저장 기술과 AI 음성합성, 예약 전송 기능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는 생전에 자신의 감정, 생각, 사랑의 메시지, 또는 구체적인 지시 사항 등을 영상 혹은 텍스트로 녹음 및 기록하고, 사망이 확인된 이후 일정 시간 혹은 조건에 따라 이 메시지가 발송된다. 일부 플랫폼은 사망 증명서 제출, 생전 지정한 대리인의 인증, 일정 기간 미접속 등 다양한 조건을 통해 전송 시점을 설정할 수 있다.

사후 메시지 서비스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스타트업만 아니라 기존 IT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특히 감정 전달에 강점을 가진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영상 메시지를 넘어, 사용자의 어투나 말투까지 반영해 "살아 있는 듯한" 메시지를 전송하는 고도화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2. 주요 사후 메시지 서비스 플랫폼과 기술적 특징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후 메시지 서비스 플랫폼이 운영 중이며, 그 기술적 기반과 전달 방식은 각기 다르다.

1) SafeBeyond (이스라엘)

  • 사용자가 작성한 텍스트, 영상 메시지를 지정된 수신자에게 생일, 결혼식 등 특정 날짜에 맞춰 전송하는 기능 제공.
  • GPS 기반 메시지 전송도 가능해, 특정 장소에 도달했을 때만 메시지가 재생됨.

2) DeadSocial (영국)

  • 사용자의 SNS 계정과 연동되어 사망 이후에도 미리 작성된 SNS 포스트를 순차적으로 게시.
  • 주기적인 메시지 공개를 통해, 장례 이후에도 지속적인 감정적 연결 제공.

3) HereAfter AI (미국)

  • 음성 녹음을 기반으로 한 AI 인터뷰 서비스. 사용자의 질문과 대답을 AI가 학습하여 사후에도 대화가 가능한 인터페이스 제공.
  • 가족이 "아빠는 어릴 때 어떤 사람이었어?"라고 물으면, AI가 고인의 어투로 답변.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유언과 유서, 메시지를 함께 저장하고 지정된 사람에게 전송하는 하이브리드형 앱들이 개발 중이다. 각 플랫폼은 보안성, 사용자 인증 절차, 데이터 암호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며, 기술 수준과 신뢰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3. AI와 사후 메시지의 결합 : 윤리적 쟁점과 가능성

AI 기반 사후 메시지 서비스는 사용자 음성·언어 데이터 기반의 학습을 통해, 사후에도 살아 있는 듯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다. 이는 감정적 위로를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윤리적,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죽은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은 진짜 그 사람인가?"라는 문제다.

특히 AI가 고인의 말투나 감정을 묘사하여 생성한 메시지는, 수신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나, 고인의 진짜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 더 나아가 상업적 활용 가능성,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데이터 조작 가능성 등도 우려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고인의 메시지를 상업적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사망자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한다면 이는 명백한 침해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술의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 메시지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생전에 명확한 동의와 사용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AI가 만든 사후 메시지가 가족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위로가 진짜 기억의 연장선인지, 기술이 만든 착각인지는 사용자의 철저한 의사 결정과 사전 관리에 달려 있다.

4. 사후 메시지 서비스 사용 전 고려할 점과 실천 가이드

사후 메시지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① 메시지의 내용과 형태 결정

  • 단순한 텍스트일지, 감정이 담긴 영상일지, AI 음성 대화 형태일지를 정한다.
  • 민감한 내용일수록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작성해야 한다.

② 수신자 지정과 전송 조건 설정

  •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가 전달될지, 사망 확인 방식은 무엇으로 할지 설정해야 한다.
  • 생전 지정 대리인(Executor)을 설정하고, 관련 지침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③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확인

  • 사용하는 플랫폼이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제삼자 제공 없이 보관하는지를 확인한다.
  • 유료 서비스인 경우 환불 정책, 장기 저장 정책도 확인해야 한다.

④ 법적 효력과 유언장과의 병행 여부

  • 사후 메시지는 법적 유언이 아닌 감정적 표현 도구이므로, 실제 자산 분배 등은 정식 유언장으로 병행해야 한다.
  • 유언장에 "사후 메시지 서비스와 연계된 지침"을 명시하면 법적 안정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사후 메시지 작성은 단순한 감정 전달을 넘어 '지금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의 시간이다. 단 몇 분의 영상, 몇 줄의 메시지가 남은 사람에게는 평생의 위로가 될 수 있다. AI가 나를 대신해 전하는 마지막 말, 그 책임은 여전히 '지금의 나'에게 달려 있다.